본문 바로가기
도서 이야기/인문학

[인문학]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 이동진 지음

by jackie007 2018. 2. 21.

 

이동진님은 영화평론가로서 유명한 분이시죠. MBC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밤 이동진입니다.'를 진행하시고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5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화평론가라서 영화만 보실 줄 알았는데 책도 상당히 일가견이 있음을 이 책을 보고 나서 알았습니다. 집에 소장하고 있는 도서가 1만 7천 권정도 된다고 하니 장서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책들을 다 읽었는가하면 당연히 다 읽지 못했다고 합니다. 매일 한권씩 읽는다 해도 1년 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은 365권에 불과하고 1만 7천권의 책을 하루에 한 권씩 읽어치운다고 해도 약 46년이 걸립니다. 다 읽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서재에 있는 1만 7천 권의 서재에는 다 읽은 책도 상당히 많지만 끝까지 읽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동진님은 책을 사는 것, 서문만 읽는 것, 부분 부분만 찾아 읽는 것, 그 모든 행위가 독서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본인은 실패한 독서가라고 얘기합니다. 이유는 재미없는 책을 상당히 많이 구입하였기 때문이죠.

 

그 덕분에 요즘은 책을 살 때 서문만을 본다던가, 차례, 목차부분만 봐도 이 책이 재미 있는지, 재미 없는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이동진님은 왜 책을 읽는지 묻는다면 '있어 보이니까'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답니다. '있어 보이고' 싶다는 것은 자신에게 '있지 않다'라는 걸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허영인데 지금이 허영조차도 필요한 시대라고 말합니다. 다시 누군가 왜 책을 읽느냐고 물어본다면 '재미있으니까요'라고 답한답니다. 그리고 책을 꼭 완독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노'라고 합니다. 책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완독하지 못한 것이 미안한 일도 아니고 부끄러울 일도 아니라고 합니다. 다 읽지 못한 책을 서재에 꽂아둔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요. 완독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지 않으면 책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를 유지하는 것' 이라고 합니다. 재미가 있어야 책을 읽을수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목적을 위해 읽는 목적독서는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사람은 의지가 강하지 않아서 목적만을 위해 행동할 수는 없습니다.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소설이 아닌 책들은 꼭 앞에서부터 차례로 읽을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논픽션분야의 책들은 챕터별로 독립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어느 부분부터 읽더라도 좋다는 얘기입니다.

 

이동진님은 또한 집에서 독서를 할 때 서재에만 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화장실에 몇 권, 침대옆에 몇권, 식탁위에 몇권등등 여러 곳에 책을 배치해서 필요할 때 마다 독서를 한다고 합니다. 시간이 나면 언제든 독서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지요. 특히 욕조에서 책을 읽는 것을 즐긴다고 하는데 짧으면 두 시간, 길면 일고여덟 시간까지 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느리게 읽어도 상관없다고 얘기합니다. 저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분이더라고요. 세상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은 오래 걸리는 시간자체가 핵심입니다.

 

책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책과의 만남, 글을 쓴 저자와의 소통, 또 책을 읽은 나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그것이 중요합니다. 그 시간을 아까워하며 줄이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이동진님의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몇 년 전, 전경린 작가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보고 감명을 받아 메모를 해야 하는데 종이가 없어서 책을 찢어서 갖고 다닌적도 있다고 합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실패한 독서가인데 그 경험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책을 잘 고르는 법을 터득한 분입니다. 책을 고르는 세가지 방법을 얘기하는데요. 책의 서문을 진지하게 읽어보는 것이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차례를 본다고 합니다. 세번째는 책의 3분의 2쯤 되는 부분을 펼치고 읽어본다고 합니다. 세번째 이유는 작가가 책을 쓸 때 3분의 2쯤이 되면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읽어보았을 때 재미가 있으면 좋은 책이라는 것입니다.

 

이책의 1부에서는 이렇게 이동진만의 독서법을 설명하고 있으며 제2부에서는 작가이자 씨네21 기자인 이다혜님과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인터뷰내용이 꽤 깊이가 있고 진지하여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동진님은 초등학교 때 집안사정이 여의치 않아 책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3, 4학년때부터 책을 열심히 읽었다고 하는데요. 독서는 그 깊이도 중요하지만 넓이 또한 중요한 사항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내용을 보면서 생각이 든 것은 이동진님은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과 이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동진님은 말합니다. 독서에는 쌓는 독서와 허무는 독서가 있다고.....2부에서는 꽤 긴 인터뷰내용을 담고 있는데 궁금하시다면 도서를 구입하여 읽으시거나 도서관을 이용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저는 평소에 책을 살 때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라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헤매다니지만 결국 읽지 못할 책을 산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3부가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3부에서는 이동진의 추천도서 500권이 실려 있습니다. 이동진님이 일평생 읽어온 책들 중 권하고 싶은 500권의 추천서 목록입니다. 특정분야의 전문적인 서적들은 가급적 배제하고, 일반 독자들이 큰 어려움 없이 오락과 교양과 사색을 위해 읽을 수 있는 책 위주로 골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