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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이야기/시

[도서] 마흔에 읽는 시 - 고두현 지음

by jackie007 2018. 1. 22.

 

 

 

"마흔살은 잠시 딴데보고 있을 때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당도하는 아주 젊은 나이의 정거장이란다. 마흔부터 꿋꿋하게 다시 시작해서 예순살쯤엔 뿌리 단단한 나무가 되고 그뒤에도 게을리하지 않고 부지런히 자신을 닦아가다가, 여든살이 되면 그 그늘에서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너그럽고 기분좋은 고목이 되는, 그런 인생을 살도록 노력하자. 더구나 죽을뻔하다가 살아났으니 너는 정말 다시 태어난 거나 다름없지. 언제나 평상심을 지니고 작은 일에 성실하되 큰꿈을 늘 한켠에  간직하는 사람, 그 큰 꿈에 익사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식물처럼 꿈을 가꾸고 물을 주며 키워가는 사람이 되려무나. 인생은 한판승부가 아닌 장거리 경주란다. 뛰어가다가 남이 앞선다고 질투할 것도 없고, 그저 묵묵히 자신과 대화하며 뛰는 거야."

도서 '마음에 상처없는 사람없지요' 중에 나오는 말입니다. 마흔이란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았을 때 잠시 멈춰 숨을 고를 나이입니다. '공자'는 말했습니다.  

“내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세웠다.” (吾十有五而志千學)
“서른살에 두발로 세상에 섰고 (三十而立) ”
“마흔살에 불혹에 이르렀다. (四十而不惑)”
    
나이 마흔에 이르면 숱한 유혹의 손길이 뻗친다고 합니다. 마흔의 나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젊은 날의 굳센 패기, 높은 이상을 버리고 현실의 이익을 좇도록 만듭니다. 공자의 ‘불혹’은 나이 마흔이 유혹이 많아지는 시기임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뜻있는 사람들이 부와 권력의 유혹에 휘둘려 자신의 양심과 사상을 접는 시기, 공자는 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자기수양에 치열했던 모양입니다. 나이 70에 이르러 인생을 돌아보니, 그 시절 “나는 유혹을 이겼다.”라고 공자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립’이 경제적 자립과 사상적 자립을 아우르는 말이듯, ‘불혹’도 복합적 의미를 내포하는 말인 듯 싶습니다. ‘불혹’은 부와 권력, 명예와 지위등 현실적인 이해관계에 미혹되지 않음을 의미할뿐 아니라, 인간의 삶에 내재된 숱한 난제에 대하여 나름의 성숙된 세계관을 수립했음을 의미할 것입니다. 이러한 불혹의 나이에 읽을 수 있는 도서 한권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마흔에 읽는 시'라는 도서인데 저자 고두현님은 한려해상국립공원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남해 금산에서 자랐으며 '시 읽는 CEO'라는 도서를 통해 널리 알려진 분입니다.

이 도서가 다른 시집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시와 산문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왼쪽페이지에는 시가, 오른쪽페이지에는 산문이 실려있어서 도서 전체가 꽉찬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의 산문에서는 지은이의 감성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가 있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문학, 또는 시는 수많은 상상력의 원천입니다. 밤낮없이 달려 온 우리시대의 마흔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일상을 새롭게 보는 상상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잠시 멈춰 서서 시를 읽는 시간은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지혜롭게 해주는 삶의 원천이 되리라 믿습니다.

고정희 시인은 40대를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시기'라고 했습니다. 윗세대와 아랫세대에 끼인 세대, 어정쩡한 세대, 우리사회의 축약판을 보여주는 세대, 진화와 도태사이에 있는 세대, 마지막 주산세대이면서 첫번째 컴맹세대,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의 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세대, 제2의 인생을 사는 세대등 40대를 지칭하는 문구들은 참 많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접하게 된 '마흔에 읽는 시'는 여러시인들의 감흥과 정서를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자 고두현님의 부연설명을 통해 더욱더 그 시가 좀더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좋은 도서를 선물해주신 청림출판(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며 한번 읽고 덮을 시집이 아니라 두고두고 음미할 수 있는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맘에 들었습니다. 이 시집을 40대에게 권합니다. 뿐만 아니라 20,30대에게도 좋은 도서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좋은 시는 한편쯤 머릿속에 외우고 있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시가 나오면 한번쯤 다이어리에 똑같이 기록을 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다이어리에 시를 적어 놓고 가끔씩 꺼내어 본다면 여러분들의 감성은 메마르지 않을거라 믿습니다. 이 도서로 인하여 시와 좀 더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